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이 거의 없고,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에 항간에는 필리에 대한 여러 가지 기이한 소문이 떠돌고, 심지어는 새부리 가면이 그녀의 얼굴의 일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많은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멀리했지만, 재난이 모든 걸 바꾸게 된다.
몇 년 전, 무서운 역병이 도시 내에 기승을 부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마을은 감염된 사람들의 격리 지점이 되었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곳에 버려져 죽음을 기다렸다. 모두가 그 마을로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필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아무도 그녀가 살아돌아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병마를 없애고 온 마을을 구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그녀는 영웅이자 기적의 화신으로 여겨졌다.
과거 필리는 묘지에 자주 출몰해 어떤 이는 그녀를 사체 절도범으로 여겼었다. 질병을 평정한 후 그녀는 연구를 위해 마을의 영안실과 해부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때때로 식사도 잊고 온몸에 약물 냄새를 묻히며 며칠 동안 틀어박혀있기도 한다.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 이것은 다소 독단적이다. 그녀의 혼잣말 역시 보이지 않는 영체와 이야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지금도 초자연적인 힘으로 역병을 물리쳤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필리는 젊었을 때 뛰어난 의술로 명성을 얻었지만, 수년 전에 발생한 역병이 그녀의 가족을 앗아갔고, 그녀 자신은 병에 시달렸다가 살아남았다--이건 그녀에 대한 조롱으로 한때 의사로서의 그녀의 자신감을 무너뜨렸습니다. 다행히도 마지막에 그녀는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필리가 의술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보이지 않는 역병과 죽음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고, 그들의 마수로부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항상 혼자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움을 맞닥뜨리는 이유다. 하지만 필리의 목적은 병을 정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젠가 죽음을 되돌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녀의 가족들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