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야는 핏빛 달이 떠오르던 그날 밤을 잊을 수 없다. 그 이후 여명이 다시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살던 마을은 이제 니플헤임이라 불리게 되었고, 버려진 죽음의 땅이 되었다. 현재는 붉은 안개가 도시를 덮고 있고, 이따금 사람이 근처를 지나간다 해도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혼비백산한다. 하지만 프레야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의 '나이트워치' 역시 그렇다. 그들은 도시 외곽에 초소를 세우고 '집'이라 불렸던 우리를 지키며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막는다. 바로 한때 자신들의 가족이자 동포였던 존재들을.
나이트워치가 밤낮으로 경비를 서고 있지만, 빈틈은 있는 법이다. 길을 잃은 한 행인이 니플헤임 근처에서 ‘괴물’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들은 허리가 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몸에 붉은 수정꽃이 가득 피어있고, 본래 눈이었던 곳에는 구멍이 생긴 데다 끝없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보자마자 위험에 빠졌으며, 붉은색이 번쩍이는 순간 ‘괴물’은 순식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 차가운 구원자는 아무 말 없이 놀란 행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행인은 한 초소로 끌려갔고, 새 부리 가면을 쓴 의사의 검사를 받았다. 요상한 의사는 행인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고, 행인은 떠나게 되었다. 행인은 아직까지 두려워하고 있다. 만약 그 의사가 말했던 ‘혈월증’이라는 것에 걸렸다면, 행인은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
필리 의사는 ‘혈월증’이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다. 프레야의 이름을 듣고 떠올린 이름이다. 확산을 최대한 막았다 해도, 이 병의 본질에 대해 필리 의사가 아는 것은 너무 적었다. 아는 건 오직 붉은 수정꽃을 통해 전염되며, 사람의 마음을 부패시킨다는 것, 그리고 감염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프레야는 특이 케이스다. 격리 관찰했던 발병자 중, 오직 그녀만이 유일하게 치료되었다. 며칠을 앓다가 정신을 회복한 그녀는 건강을 되찾았고, 저항력(니플헤임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안개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도 월등히 좋아졌다. 그녀는 살아남은 동포들로 이루어진 ‘나이트워치’ 부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최강의 일원이 외었다. 나이트워치는 악의 꽃을 영원히 가두기 위해 지금도 분투하고 있다.
니플헤임의 본래 이름은 미스티이다. 지금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이 도시는 자원이 부족해 용광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었다. 신비로운 방문객이 찾아오기 전까지, 그녀는 사람들을 자신의 실험으로 초대했다. 처음엔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어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초조함과 불안함을 호소했고, 피부에서 붉은 수정꽃이 피어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초췌해진 모습으로 이성을 잃고 자신의 동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불과 며칠 만에 도시 전체가 광란의 안개에 휩싸이게 되었다. 프레야 또한 그렇게 변할 뻔했다. 자신의 두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변해가는 것을 보았고, 무력하게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짙은 붉은색이 드리웠고, 눈에 비친 달이 점점 빨갛게 되었다... 설령 완쾌되었다고는 하지만, 프레야는 그 핏빛 달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진실을 갈구하며 옛날의 집으로 되돌릴 수 있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