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불이 난 거야? 나한테 맡기라고!”
프레드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불바다를 누볐으며, 자욱한 연기와 활활 타오르는 불길도 그의 의연한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다. 그는 매 순간 도시를 지키고 생존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주는 성실한 경비대였다.
물론 베테랑 소방대장인 프레드가 용기만 믿고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는 화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며, 항상 불길의 진행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손실을 최대한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솔라리스 왕조 엔지니어가 만든 휴대용 소화 장비 “파이어 워커”도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과거의 영웅적인 행적 덕분에 프레드는 거의 모든 도시에서 높은 명성을 누렸고, 희망 연맹 내부에도 수많은 숭배자가 있었다. 영웅의 후광을 벗은 후에도 프레드는 겸손하고 상냥했지만, 유머 감각이 심히 부족하여 때로는 다른 사람이 놀리거나 농담을 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바히티는 “프레드 씨는 너무 고지식한 것만 빼면 거의 완벽한 사람이죠.”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솔라리스 왕조가 아직 몰락하기 전인 오래전, 프레드는 솔라시티 소방대의 최고 지휘관이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도시 내의 화재 건수는 왕조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 역시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당시 솔라시티 시장은 소방서 문 앞에 동상을 세워 이 수호자의 뛰어난 업적을 기리기도 했다. 하지만 동상의 막을 걷기 바로 전날 거대한 불의 수정이 폭발하면서 도시 전체가 거의 다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 일은 프레드의 마음 깊은 곳에 악몽으로 남았다.
솔라리스 왕조의 몰락으로 프레드는 오래도록 의기소침했지만, 번화한 도시는 그저 허상에 불과했고 휘황찬란한 겉옷 아래 옛 왕조도 진작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명에 몰두한 그는 왕권의 중압감에 따른 온갖 고난과 불공평함, 도시의 성벽에 가려진 외부의 전란과 울부짖음을 무시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희망 연맹의 요청으로 다시 기운을 차린 그는 새로운 사명을 품게 되었다. 이제 그가 진압하려는 것은 맹렬한 불길만이 아니라 빙원의 영혼들을 도탄에 빠뜨리는 무자비한 전쟁의 불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