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미각은 절대 저버릴 수 없어요" -패트릭.
한때 솔라시티의 궁중 요리사였던 패트릭은 인류의 가장 큰 즐거움의 원천이 바로 미식이라고 굳게 믿고 반평생을 미식 연구에 바쳐 미각의 궁극적인 체험을 추구했다. 그 뛰어난 요리 솜씨 덕분에 그는 왕과 귀족들로부터 끝없는 찬사를 받았다.
솔라리스 왕조가 멸망한 후 패트릭도 실직하게 됐다.
오늘날의 그는 가난하고 황폐한 도시에서 살아갈 뿐이며, 사용할 수 있는 재료와 조미료도 극히 제한적이지만, 끝없는 침체에 빠지지 않고 번잡한 것을 간략하게 하는 법을 배워 가장 평범한 식재료가 신비한 마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가끔씩 패트릭은 전투(보통 약탈자를 마주하거나 직접 재료를 사냥해야 하는 경우)를 강요받기도 한다. 어떠한 전투 훈련도 받지 않은 그가 실전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타고난 괴력과 요리에서 터득했다고 주장하는 격투 기술 덕분이다.
패트릭의 요리 솜씨가 뛰어나다고 해서 그의 창의력이 매번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그가 신이 나서 개발한 신메뉴가 알고 보면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식재료를 넣어 맛이 매우 이상할 수도 있다. 요컨대, 그의 새로운 요리를 맛보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기분 좋은 놀라움일 수도 있고 기겁하는 놀라움일 수도 있다. 바히티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사실 요리사의 지위를 잃은 후 패트릭은 낙관적이지 않았고, 한때는 인생의 의미를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거센 눈보라가 계기를 마련해 주게 됐다. 그 눈보라가 얼마 동안이나 계속되었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어두운 실내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고, 패트릭도 예외는 아니었다
패트릭은 '어차피 죽을 건데 뭐'라는 생각으로 남아있는 재료들로 자신과 생존자들을 위해 정성껏 '최후의 만찬'을 준비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이 맛있는 음식의 맛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 기운을 차리며 침울한 분위기가 싹 가시게 됐고, 결국 그들은 눈보라를 견뎌냈으며, 패트릭은 미식의 진리를 재발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