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스와 미스터 아이언은 불가사의한 콤비이자, 도시의 명물이기도 합니다. 한 명은 영특한 두뇌와 손재주, 한 명은 강인한 힘과 건장한 몸 등 각자의 장점으로 시민들을 돕고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벌어들입니다.
소녀인 에디스에게 기억이란 게 생긴 이후로는 줄곧 미스터 아이언과 함께였지만, 에디스는 자신의 신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이 강철같은 거구를 지닌 친구가 어디서 왔는지도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실제로 신경 쓰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어쨌든 미스터 아이언은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고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몇 년 전, 미스터 아이언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에 그는 광활한 빙원을 떠돌아다녔습니다. 어느 날 눈 속에서 난방 장치가 설치된 바구니 안에서 곤히 잠든 아기를 발견하기 전까지 방랑의 나날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향해가듯 하루하루 흘러갔습니다.
어떤 본능이 일깨워지기라도 한 듯 이름 없는 덩치는 조심스럽게 바구니를 들고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갔습니다. 시민들은 이 거대한 몸집을 보고 공포에 떨었지만,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는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시민들은 두 사람을 친절하게 받아들여 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지라 이름이 생긴 미스터 아이언은 시민들의 일을 도와주고 어린 에디스를 키웠습니다. 누구보다 힘이 센 그는 도시 건설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린 에디스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여 도시의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녔고 도서관에서 기계에 관한 지식도 많이 배웠습니다. 미스터 아이언이 조금이라도 고장 나면 에디스는 최단 시간 내에 그를 수리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도시 최고의 장인보다 더 능숙했습니다.
말을 할 줄 모르는 미스터 아이언은 바디랭귀지와 간단한 소리를 통해서만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에디스가 그런 그와 아무런 장애 없이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밤낮으로 함께한 세월 덕분인지도 모릅니다.
식견이 풍부한 어른들은 이미 미스터 아이언이 불의 수정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진짜 비밀을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실 그는 어떤 전쟁광이 만든 인간 병기로 그의 생각과 생명은 불의 수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과녁이나 마네킹과 같은 생명이 없는 물건을 사냥할 때는 놀라운 파괴력을 보였지만, 전장에서 진짜 피와 살을 지닌 적을 마주했을 때는 섬멸의 운명에 따르기를 거부했습니다. 창조자가 아무리 노발대발해도 그는 공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량품 취급을 받고 버려진 그는 에디스를 만나기 전까지 눈보라와 함께 새와 짐승들을 벗 삼아 은빛 광야를 정처 없이 떠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에디스가 위험에 처하면 “전쟁 기계”의 면모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