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드래곤의 소굴에 뛰어들어 빙해의 요괴를 길들이고 혼자서 전체 군단을 몰아내는 쾌거를 이룬 덕에 대모험가 마그누스의 명성이 빙원에 울려 퍼졌고, 그는 수많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우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위와 같은 사적은 모두 현재 빙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이 된 그의 소설 《마그누스의 모험기》 시리즈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이러한 경험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관해 마그누스는 확실한 대답을 한 적이 없지만, 같은 탐험가인 바히티는 이에 대해 코웃음을 치곤 한다. 바히티가 보기에 그 기괴한 이야기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마그누스 본인도 그저 솜씨가 좋은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바히티와 마그누스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평소 서로를 헐뜯곤 했지만, 서로 협조한 적도 있었다.
당시 오래된 유적에서 마주친 그들은 그 속에 묻힌 어떤 보물을 두고 서로 경쟁하다가 왔던 길은 이미 막혀버렸고, 유적 깊은 곳에는 여러 개의 기관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잠시 손을 잡기로 했다. 두 탐험가는 손발을 맞춰 각자의 기량을 발휘했고, 결국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물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나마 협력하면서 상대방의 용기와 기량을 인정하는 듯했지만, 탈출하자마자 서로를 헐뜯기 시작했다.
마그누스의 부모는 모두 도시의 평범한 사냥꾼이었지만, 그의 몸속에는 먼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빙해 용사의 피가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그래서인지 그는 어려서부터 선조의 옷차림과 행동을 따라 하고 탐험과 전투를 동경했다. 다른 아이들은 항상 그의 괴상한 옷차림과 행동을 비웃었지만, 그는 과장된 이야기로 반격했다.
다행히 마그누스의 용기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고 그는 성장하면서 야외에서 체력을 다지고 뛰어난 사냥 기술을 익혔지만, 탐험 기술이 무르익어도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은 허풍은 전혀 줄지 않았다. 제시는 그에 대해 “좋게 생각하면 적어도 그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잖아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빙해의 용사로 명성을 떨쳐온 마그누스의 선조는 긴 배를 타고 일곱 개의 해역을 항해하며 세계 곳곳을 누볐다. 인적이 드문 비경을 수없이 드나들고 태고의 유적을 수없이 찾아다닌 그의 탐험가로서의 삶은 완전무결해 보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상의 끝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뿐이었다.
이를 위해 숙련된 탐험가가 된 마그누스는 언젠가 꼭 선조가 못다 한 여정을 마치고 세상의 끝에 부족의 상징이 수 놓인 깃발을 꽂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이상은 언제나 흔들림 없이 확고했다. 진작에 누군가 그에게 “우리 행성은 둥글다니까...”라고 얘기를 해줬음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