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의 영광을 위하여!’ 에페를 휘두르며 적진을 향해 돌진할 때, 기사 그레고리는 피 끓는 함성을 질렀다. 비록 솔라시티가 함락된 후, 옛 왕정의 남은 군대는 빙원의 한구석을 떠돌아다녔고, 생계를 위해 용병까지 되어야 했지만, 유일한 기사였던 그레고리는 신념과 긍지를 잃지 않았다. 언젠가 왕정의 깃발이 솔라시티의 하늘에 걸릴 날을 기대하면서. 일반 병사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도 않고, 명예보다는 빵을 더 중요시 여겼지만, 그레고리를 향한 충성심은 변치 않았다.
그레고리는 검술이 뛰어나고, 힘이 강했다. 그야말로 뛰어난 지휘관이었다. 그는 고전 보병 진형에도 능했고, 전투의 기회를 잡아 습격하는 것에도 능했다. 그레고리 휘하의 백광 근위대는 옛 왕정 최후의 정예이며, ‘여왕 폐하’에 충성을 다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견고한 방패, 갑옷, 육체는 난공불락의 방어선을 만들었다... 다만, 하인을 고용할 경비가 부족해 이 정예부대는 ‘여왕 폐하’의 일상생활을 돌보는 일을 병행해야 했다.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전장 밖의 그레고리는 온화하고 점잖은 신사가 된다. 그는 병사 하나하나를 존중하고 잘 대해주었으며, 젊은 ‘여왕 폐하’를 위한 세심한 배려와 보살핌을 제공했다. 때로는 집사처럼 여왕 폐하를 위해 귀찮을 일을 처리하고, 때로는 경비대처럼 비바람과 위험을 막아냈다. 또한, 끈기를 갖고 궁정의 예의에 대해 알려주었으며, 손수 예복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 모든 건, 옛 왕정의 마지막 자손을 진정한 군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레고리는 솔라시티가 함락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 그레고리는 집을 잃었고, 공훈을 쌓겠다는 꿈 역시 거대했던 도시와 함께 불타버렸다. 더 중요한 건, 그날 그레고리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하급 장교였고, 죽어가는 기사에게 공주를 호송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었다. 도시는 이미 불바다였고, 반군의 포위가 삼엄했기에, 그는 구사일생으로 공주와 함께 성공적으로 탈출했다. 일련의 사건 속에서 그레고리는 상처 때문에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여자아이의 순수한 눈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결국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그레고리는 왕정의 마지막 자손을 단순한 충성의 대상이 아닌 운명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