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예술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력이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특히 날씨가 춥고 물자가 부족한 지금과 같은 시대일수록 그러한 마력이 더 중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서윤은 동료들과 함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음악과 춤으로 따뜻한 봄기운을 전하고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 힘썼습니다.
사람들은 서윤의 첫인상이 따뜻하고 친절하며 다재다능하고 행동거지가 우아하다고 했지만, 진짜 서윤을 잘 아는 사람들은 대개 그녀의 용기와 강인함에 더 감탄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뛰어난 실력과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가 되면 그녀의 손에 쥔 북채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드물었습니다.
서윤의 북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서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녀의 북소리에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불가항력적인 감화력이 밤낮으로 갈고 닦은 노하우 덕이라고 여겼지만, 정작 서윤 자신은 노하우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윤은 음악에 진심을 다하면 듣는 사람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윤은 비교적 풍요로운 도시에서 태어난 덕에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시대에도 세련되고 우아한 음악과 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눈에 띄는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던 그녀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밖에도 서윤은 아버지에게 전투 기술을 배웠고, 그 기술이 그녀가 설원에서 생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녀가 그 기술을 영원히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서윤이 성년이 되자마자 도시는 약탈자들에 의해 함락되었고, 그녀의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고, 빼앗긴 삶의 터전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윤은 포기하지 않았고 슬픔을 견뎌내며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과 투지를 불러일으키고자 했습니다.
호응해 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날이 밝아올 때까지 연주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햇살이 지평선에 내려 앉자 뒤에 있는 고향과 그녀의 음악 소리가 어우러져 기묘한 장면을 연출해 냈고, 사람들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추억을 일깨웠습니다.
그러자 첫 번째 용사가 일어나 반격의 대열에 합류했고, 뒤를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용사들이 모여 반격의 물결을 이뤘습니다.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약탈자들은 그 물결에 파묻혔습니다.
결국 그들은 도시를 되찾았고 그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직접 전투에 참여한 서윤은 영웅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서윤은 자신이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